인간과 신을 이어주는 안테나, 솟대

2021. 12. 21. 15:54카테고리 없음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어촌마을 어귀에 서서 /
마을에 평안함을 기원하는
진또배기 진또배기 진또배기
오리 세 마리 솟대에 앉아 /
물 불 바람을 막아주는
진또배기 진또배기 진또배기

《머루와 다래, <진또배기> 中》

잘 알려진 이 대중가요 가사의 한 구절에
솟대의 기능이 아주 간단히 잘 설명되어 있다.
그만큼 솟대는 우리 삶과 가까운 곳에 놓여 있다.




농경과 함께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측

강원도 지역에서는 솟대를 ‘진또배기’라고 부른다. 솟대는 주로 전통적인 벼농사 지대인 남부지역에 많이 분포하여 농경과도 깊은 관계가 있는 듯하다. 대전 괴정동에서 출토된 것으로 알려진 보물 농경문 청동기(農耕文 靑銅器)에는 사람들이 농사짓는 모습으로 따비로 밭을 가는 것을 새겨놓았다. 한편에는 두 마리의 새가 장대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이 뚜렷 하게 새겨져 있다. 이것이 솟대다. 이 솟대는 그 역사가 청동기시대까지 올라간다는 증거이자 고대인의 신앙대상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옛 사람 들은 그들의 문제 해결을 하늘에 물었고, 그 통로를 나무 위에 새를 두는 것으로 한 것이다. 즉, 인간이 기원하는 바를 새를 통하여 하늘에 전달하였고 하늘의 뜻은 이 새를 통하여 인간에게 전해진다고 본 것이다.

솟대 신앙은 북아시아 여러 민족에게 공통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한 이 지역 청동기시대의 의기에도 나뭇가지나 기둥에 새를 앉힌 조형물이나 문양이 간혹 발견된다. 이처럼 넓은 지역성과 오랜 시간성은 솟대가 고대로부터 북아시아 전 지역에 퍼져나간 보편적인 신앙 요소임을 알려준다.1)

솟대가 이미 청동기시대에 있었다고 하나 그 신앙이 지속적으로 이어졌는지는 문헌상으로 확인할 수 없고, 조선 후기 주로 마을공동체 신앙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여겨진다. 솟대가 마을 입구에 세워져 수호신으로 여긴 시기도 빨라야 조선 후기를 앞서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솟대가 수호신으로 여겨지기 전에, 풍수상의 목적으로 석간의 건립이 성행했었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일반 서민들은 솟대로 석간을 대신한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2)


시대를 지나, 마을 수호신처럼 변화

현재 전승하는 솟대 신앙도 대체로 시대적 산물인 마을 수호신으로서 변천해 온 것으로 보인다. 솟대를 세우는 것은 마을 신앙으로 질병, 화재 등 재앙을 막고 농사나 고기잡이의 풍년, 풍어 등을 기원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이에 풍수 사상, 풍수지리상으로 행주형(行舟形, 배가 떠내려가는 형국)인 마을에 돛대를 세우는 비보(裨補)로서의 솟대 그리고 급제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솟대 등으로 분화·발전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솟대는 대체로 마을 어귀에 세우는데, 소나무가 주요 재료이지만 돌이나 쇠로 만들어 세운 마을도 있다. 솟대 세우기는 대를 깎을 제관을 먼저 뽑는다. 뽑힌 제관은 목욕재계하고 미리 점지해 둔 나무 중에서 잘 선정하여 베어낸다. 제관은 나무를 자르기 전에 간단한 제사를 지낸다. 나무를 옮기는 과정에서도 말을 하지 않고 마당에 옮겨 정성을 다해 깎아 세운다. 솟대 위의 새는 1~3마리이다. 대개 ‘오리’라고 하지만 기러기나 까치, 갈매기 등으로 부르는마을도 있다. 특히 오리는 철새이기 때문에 일정한 기간을 주기로 두 지역을 오가는 신비의 새로 인식되었다. 이는 곧 이승과 저승, 인간 계와 저승계를 넘나드는 신조(神鳥)로 여겨진 것이다. 특히 이승과 저승 사이에 가로 놓여 있는 물(강이나 바다로 표현 하는 것들)을 건너 두 세계로 오고 갈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었다.3)

마을 어귀에 솟대를 단독으로 세우는 곳도 있지만, 장승과 솟대가 같이 있는 마을이 상당히 많다. 장승과 솟대를 함께 세운 것은 풍농이나 풍어,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데 상호 보완적인 마을공동체 신앙인 것으로 보인다. 조선 후기 마을에서는 솟대와 장승의 만남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1) 천진기, 1999, 「장승·솟대의역사」, 『한국민속논총』, 지식산업사, 367쪽
2) 박호원, 1986, 『솟대신앙에 관한 연구』,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석사논문, 253쪽
3) 이필영, 1994, 『마을신앙의 사회사』, 웅진출판, 59-60쪽


글. 석대권(前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민속문화재분과 위원장, 대전보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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