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食客)』에도 소개되었던 의정부 부대찌개 맛집 '오뎅식당'

2022. 1. 30. 19:33경기

오뎅식당은 만화가 허영만 씨의 작품 『식객(食客)』에도 소개되었던 맛집으로 부대찌개를 최초로 개발하여 음식 상품으로 판매한 식당이다. 식당의 상호는 창업주 고(故) 허기숙 할머니가 1960년 어묵과 국수를 팔던 이동식 포장마차에서 시작한 것에서 유래한다. 이후 미군 부대에서 나온 고기와 햄, 소시지로 부대고기 볶음을 만들어 판매하다가 현재의 형태와 같은 부대고기에 식힌 김치와 각종 재료를 얹고 육수를 부어 끓여 먹는 부대찌개를 개발하였다. 1964년 무렵 현재의 위치에 가게를 얻어 한 자리에서 50년이 넘게 영업하고 있다. 이후 오뎅식당 주변에 부대찌개 식당이 늘어나면서 2009년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1996년 아들 김태관 씨가 가게를 물려받아 2대째 운영하였다. 2009년 손자 김민우 씨가 3대 대표가 되면서 법인으로 전환하여 직영점 설치, 부대찌개 전국택배 서비스, 수도권 일대에 분점을 개설하는 등 외식 전문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밥상에 ‘국물’이 없으면 ‘국물도 없던’ 우리 음식문화

오뎅식당

우리 전통 음식문화 가운데 ‘반상(飯床)’이라는 용어가 있다. 반상은 “상차림을 하는 사용하는 한 벌의 그릇”을 뜻하는 반상기(飯床器)와 같은 의미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밥과 반찬으로 차려진 상”을 뜻하기도 한다. 반상은 주식(主食)인 밥과 부식(副食)인 반찬으로 구성된다.

반상은 상에 차리는 반찬의 가짓수에 따라 세 첩 반상에서 열두 첩 반상까지 구분된다. 이러한 상차림에서 특이한 것은 부식인 ‘국’과 ‘김치’는 부식으로 여기지 않고 밥과 함께 상차림의 기본으로 취급한다. 이는 국과 김치가 우리 음식문화에서 밥을 섭취하는 데 도움을 주는 가장 밀접하고 중요한 부식이었기 때문에 주식과 같이 여겼다.

우리 식생활에서 국물을 많이 먹게 된 것은 주식인 밥과 연관이 깊다. 밥은 쌀이나 여타 곡물 등을 물과 함께 끓여서 익힌 음식이다. 밥은 아무런 양념이나 가공 따위를 하지 않기 때문에 영양 측면을 떠나서 그 자체로는 사실 맛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또 지금과 같은 도정시설(搗精施設)이 없었던 옛날에는 곡식을 직접 찧어 먹었기 때문에 요즘과는 달리 식감도 그다지 좋을 리 없었다.

따라서 밍밍한 밥을 섭취할 때 국과 김치에 넣은 양념의 염분을 비롯한 여러 가지 성분이 밥맛을 돋구어 주고 흡수를 돕는 주된 역할을 하였다. 특히 국물은 밥의 목 넘김이 좋게 해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러한 까닭에 우리나라의 전통음식 문화에는 유독 국∙전골∙찌개∙탕과 같은 국물 음식이 크게 발달하였다. 그 종류 또한 재료와 조리방식, 계절과 지역, 용도에 따라 셀 수 없이 다양하다.

이렇게 ‘국물의 민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국물을 사랑하는 우리 음식문화에 “前古未曾有(전고미증유)”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전혀 새로운 차원의 국물 음식이 등장하였으니 바로 ‘부대찌개’의 탄생이다.

 

 

동서(東西)가 조화를 이룬 퓨전 음식의 선두주자

최근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지구촌의 소통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환경에서 여러 지역의 고유한 문화들이 서로 영향을 끼치거나 융합하는 현상이 여러 분야에서 실현되고 있다. 음식문화에서도 이른바 여러 가지 퓨전 음식이 나날이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면 명란젓 파스타나 불고기 햄버거와 같은 음식 등 실로 다양하다.

그런데 ‘융합’이라는 어의를 지닌 퓨전(fusion)이라는 단어를 ‘합치다.’라는 의미로 해석하면 부대찌개는 우리 근현대사에서 가장 오래된 퓨전 음식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현재는 한국적인 향토 음식으로 정착한 지 이미 오래되었기 때문에 퓨전 음식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어색한 면이 없지 않기도 한다.

부대찌개기본적으로 햄과 소시지, 민찌(ミンチ)로 불리는 분쇄육(Mince), 베이크드 빈스(Baked Beans)로 알려진 서양식 콩 통조림 등에 김치와 고추장을 섞어 육수를 붓고 끓여낸 음식을 말한다. 재료의 종류를 보면 그야말로 동서양이 조화를 이룬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맛의 조화가 관건이다. 특히 익힌 콩과 토마토 페이스트를 주재료로 하여 달짝지근하게 가공한 베이크드 빈스가 김치나 고추장과 어울리기나 할지 의문이다. 그러나 부대찌개는 희한할 정도로 동서의 재료들이 어우러져 환상의 궁합을 이루는 맛이 탄생하였다.

 

 

어묵 파는 식당에서 의정부 부대찌개가 탄생하다

오뎅식당 본관

 

오뎅식당 본관

부대찌개가 판매되는 음식으로서 최초로 등장한 것은 1960년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장사를 시작한 ‘오뎅식당’이라는 음식점이다. ‘최초’라는 관형사를 붙인 것은 부대찌개가 언제 누구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구체적인 연도와 사실관계가 확인된 식당으로서는 가장 오래 되었다는 뜻에서 이다.

오뎅식당은 1960년 당시 양주군청 옆 골목에서 고(故) 허기숙 할머니가 어묵을 판매하는 포장마차로 시작하였다. 1935년생으로 당시 20대 중반이었던 허기숙 할머니는 처음에는 포장마차를 끌고 다니면서 국수와 어묵을 주로 팔았다. 그러다가 1964년 무렵 오뎅식당 본점이 있는 현 위치에 한옥 한 채를 얻어 음식점을 시작하게 되었다.

허기숙 할머니가 부대찌개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미군 부대 군무원으로 근무하는 이가 포장마차를 찾아와서 부대에서 고기를 썰다가 나오는 자투리 고기를 가져올 테니 그것을 요리해 달라는 주문을 받은 것에서 비롯되었다. 처음에는 미군 부대에서 나온 고기를 솥뚜껑에 기름을 두르고 고기에 고추, 양파, 파 등을 썰어 놓고 연탄불에 얹어 볶음으로 요리하였다. 미군 부대에서 나온 사람들이 맛을 본 후 고기를 계속 공급해 줄 테니 장사를 해보라고 권유하였다.

부대고기 볶음은 이내 유명해질 정도로 장사가 잘되어서 가게 시작할 때 빌린 돈도 1년 만에 다 갚았다고 한다. 하루는 손님으로부터 볶음도 좋지만, 밥도 먹을 수 있는 찌개로 만들어 보라는 의뢰를 받고 며칠간 이런저런 시도 끝에 삭힌 김치를 넣어서 맛을 잡았다. 이후 허기숙 할머니의 부대찌개는 조금 더 ‘업그레이드’가 진행되었다. 기본재료는 고기, 소시지, 햄에 삭은 김치와 당면, 대파, 두부에 육수를 붓고 양념장을 얹어 끓여낸다. 재료에서 알 수 있듯이 오뎅식당 부대찌개는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그래서 다른 지역의 부대찌개와는 달리 기본적으로 베이크드 빈스나 치즈를 넣지 않는다. 최근에는 치즈 열풍을 의식해서인지 차림표에는 치즈가 토핑 메뉴에 들어 있기는 하다.

부대찌개로 승승장구하던 오뎅식당에도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초기에 부대고기를 공급해주던 군무원들이 다른 부대로 전출되면서 고기 수급이 어렵게 되었다. 허기숙 할머니는 다른 경로를 통해 재료를 조달하였다. 그러나 미군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아닌 일반인을 통해 공급받는 것이 화근이 되었다. 세관에서 들이닥친 것이다. 세관원들은 집안을 샅샅이 조사하여 고기를 압수하였다. 집안은 온통 들쑤셔 놓는 통에 꼴이 아니었다. 허기숙 할머니는 한 달에 열흘 정도는 세관에 불려 다녔다. 허기숙 할머니의 남편도 이때 얻은 지병으로 결국 일찍 돌아가셨다고 한다.

하루는 식당에 미군 장교들이 왔다. 단속을 나온 줄 알고 가슴이 철렁했는데, 소문을 듣고 한 번 맛을 보고 싶어서 왔다고 한다. 미군 장교들도 먹어보더니 맛이 너무 좋다고 칭찬하면서, 고충을 듣고 이제 공식적으로 고기를 공급해 줄 테니 장사를 잘하라고 격려를 받았다. 물론 그 이후에도 세관에서 한 달에 두세 번 단속을 나오기는 했는데 1988년 무렵에서야 비로소 단속이 풀렸다고 한다.

 

포장마차에서 외식 전문기업으로

오뎅식당 별관

오뎅식당 별관

수도권 전철 1호선 회룡역에서 탑석행 의정부 경전철로 갈아탄 다음 의정부중앙역에서 하차하여 2번 출구로 나오면 역 앞에 바로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라는 대형 아치를 볼 수 있다. 이 골목에는 오뎅식당 본점과 별관을 포함하여 현재 12개 업소가 부대찌개 전문식당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의정부 부대찌개가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되자 의정부시에서 2006년부터 매년 10월 부대찌개 축제를 유치하였고, 2009년에는 경기도가 부대찌개 특성화 거리로 지정하면서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라는 명소로 지정되었다.

요즘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신조어 중에 ‘웃픈’이라는 관형사가 있다. 웃음이 나면서도 서글프다는 뜻의 줄임말이다. 그런데 오뎅식당 주변이 부대찌개 골목으로 형성된 데는 ‘웃픈’ 사연이 있다. 허기숙 할머니가 오랜 기간 툭하면 세관원의 불시 단속과 세관에 조사받으러 다니던 것이 안타까워 고생 그만하라고 만류하던 사람들이나 바보라고 비웃던 사람들이 부대찌개 식당을 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오뎅식당과 부대찌개가 사라질 뻔했던 곤경을 딛고 오히려 더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오뎅식당은 의정부 부대찌개의 원조답게 ‘의정부 원조 부대찌개’라는 상호를 사용할 법도 한데 여전히 ‘오뎅식당’이라는 초기의 상호를 고수하고 있다. 이는 오뎅식당이 포장마차를 끌고 다니면서 어묵을 팔았던 것을 바탕으로 현재에 이르렀다는 정체성과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 처음의 상호를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부대찌개 원조 음식점의 상호가 오뎅식당이라는 점이 독특해서인지 인근의 한 부대찌개 식당이 ‘오뎅식당’이라는 상호까지 아무렇지 않게 도용하여 자기 식당이 부대찌개 원조라고 하는 상도덕을 짓밟는 일까지 생겼다. 결국 2012년 맞소송까지 가게는 송사를 통해 허기숙 할머니의 오뎅식당이 승소하였다.

허기숙 할머니는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이제는 세계적인 퓨전 음식이 된 부대찌개를 발명하여 의정부시를 알리는데 일조한 공로가 인정되어 2008년 의정부문화상 지역발전 부문을 수상하였고, 2009년에는 경기도지사 표창도 받았다. 오뎅식당은 1996년 허기숙 할머니의 아들 김태관 씨가 가게를 물려받아 2대 대표로 운영하였다. 2009년에는 손자 김민우 씨가 3대 대표로 승계하면서 오뎅식당은 법인으로 전환하였다. 이후 초기부터 운영해오던 오뎅식당은 본점으로 하고 그 옆에 별관과 의정부 신세계백화점 등 두 곳에 직영점을 열었다. 2016년 이후로는 수도권 일대 공항, 버스터미널, 백화점, 휴게소에 10여 곳이 넘는 분점을 개설하는 등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참고자료

단행본

백민영∙은현정∙김혜영∙류건욱, 한국의식주생활사전 식생활 II, 서울:국립민속박물관, 2018, 927~928.

단행본

양훈도, 경기도 근현대 생활문화 III, 수원:경기문화재단, 2019, 161~171.

단행본

허훈∙강석찬∙조윤기∙동두천시, 동두천과 주한미군, 서울:조명문화사, 2016, 100~102.

웹페이지

김도윤, “의정부 부대찌개 원조 허기숙 할머니 별세(종합)”, 연합뉴스, 2014.07.03., www.yna.co.kr

웹페이지

육주희, “가장 한국적인 음식으로 자리매김 부대찌개”, 월간식당, 2011.04.04., month.foodbank.co.kr

 

 

 

* 출처 : 지역N문화 정윤화
지역N문화 | 통합검색결과 | 의정부 | 통합검색결과 | 의정부 (ncultur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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